토요일인데도 어제는 많이 늦은 퇴근을 했다.
집에 도착했을때 시간이 8시 좀 넘은 시간
주위는 이미 어두워져 닭들이 제집에 돌아가 있어야 하는데
조폭이가 보이지 않았다. 마누라들만 즐비하게 횃대를 차지하고 있을 뿐
물어봐도 어느년 하나 제 서방이 어디로 사라진건지 말해주는 년이 없었다.
늘 조폭이한테 핍박받는 대박이한테서 답을 얻기는 기대난망.
갓 부화한 때부터 손바닥에 올려놓고 키우던 녀석인데...
후레시를 들고 집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사실 부질없는 짓이엇다.
이미 어느정도 중병아리가 되었을때 가져온 조폭이 마누라들은
자라던 곳에서 어른 닭들에게 보고배운 습성 때문에
간혹 나무위에 올라가 잠을 자기도 하지만
내 손에서 자란 조폭이는 해만 지면 곧바로 제 집 제 자리에 돌아가 자야 하는걸로 알고 있는 놈이었기에
집 주변에서 후레시 불빛으로 찾아질 놈이라면 이미 제 집에 있어야 당연할 것이었다.
가능성은 몇가지 되지 않았다...
겨울이 되어 배고픈 오소리나 너구리, 야생 고양이들에게 잡혀 갔거나
사람이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는 습성을 이용해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누군가가 집어 갔거나
덤비는 고양이를 피해 멀리 날았다가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해 돌아오지 못한 것...
실제로 조폭이 마누라중 다리를 다쳐 잘 걷지 못하던 녀석 하나가
고양이를 피해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처럼 비상해서
약 100미터 이상을 날아 비어있는 옆집 담 너머로 착륙하는 바람에
담을 넘어가 안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살아 있다면 아침에 찾아나서지 않아도 찾아질 것이었다.
다른 닭들은 꼬끼오~~하고 울지만
조폭이는 꼬꼬오~~~~꼬! 하고 울기 때문에 어디선가 울어 주기만 한다면 소재 파악은 어렵지 않게 될 터이고
또, 나를 보면 옆걸음을 치며 스텝을 밟다가 종종걸음으로 적어도 30미터 정도는 따라오는 습성이 있어
누군가가 집어갔다 하더라도 자기네 닭이라고 끝까지 우기지도 못할 터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 했을때 살아있을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짐승이나 사람이 잡아 갔다면 이미 돌아가셨을 거라고 보는게 상식이었고
살아있을 거의 유일한 가능성은, 야생 동물을 피해 멀리 날아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가능성 하나 뿐이었다.
조폭이가 간혹 새벽 4시경부터 울어대므로 그 시간부터는 비몽사몽이었다.
꿈속에서도 조폭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조폭이의 울음소리는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날이 완전히 밝아 새들이 날아다니는 시간이 되어도 조폭이의 꼬꼬오~~~~꼬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 녀석의 부재가 실감나기 시작했다.
이젠 조폭이의 [사망]을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마을과 주변 산을 뒤져서 조폭이의 [흔적]이라도 수습하여 묻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먼저 지난번 조폭이의 마누라중 하나가 날아 들어갔던 옆집 담을 넘었다.
부재를 확인하고 돌아나오는데, 멀리서 바람결에 조폭이 특유의 울음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귀를 기울였는데...꽤 한참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별게 다 환청으로 들리는구나...헛 웃음이 나왔다.
동네 끝까지 천천히, 이제는 거의 조폭이의 흔적을 찾는 일조차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다시 한번 바람결에 조폭이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연달아 두어번을 더 울었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마을, 집들이 밀집해 있는 한 가운데 였다.
집집마다 마당이나 헛간, 뒤쪽 담벼락 틈을 뒤지고 다닌지 심십여분만에
황토찜질방 뒷구석, 다른 집들과 경계가 되어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만한 공간에서 녀석을 발견했다.
그 와중에도 나를 보고 금세 안정을 되찾아 특유의 사이드 스텝을 밟는 모습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기분 때문이었을까?
안아들고 밭길을 가로질어 집으로 돌아 오는데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
...
무사 귀환하신 조폭이는, 현재
배불리 먹이를 드시곤
마누라들에게 둘러싸여 생식 활동에 여념이 없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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