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박이와 조폭이 이야기

본능이 사라진 대박이?

가람비 2010. 2. 14. 23:12

 

내가 출근하는 곳에

발바리 암컷이 한마리 있다.

지난번 관리인이 키우다가  두고 가는 바람에 그 큰 집에 혼자 남게 된 녀석이다.

이제 첫 겨울을 맞는 녀석이 며칠 낯을 가리다가 나를 따르게 됐는데

요즘 생리중이다.

 

눈이 많이 내리던 설 전날

눈에 덮인 차를 꺼낼수가 없어 장화를 신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길을 걸어 출근을 했다.

평소 집에 돌아올때면

늘 마을 입구까지 꽤 한참을 뛰어서 따라오다 차가 멀어지면 돌아서던 놈이었는데

이날은 나도 걸어서 퇴근을 했기에

제 키보다 깊은 눈속을 힘겹게 헤치고 집까지 따라왔다.

 

내심, 일곱살이 되도록 아직 후사(?)가 없는 대박이에게도 좋은 기회일거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했는데

대박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그런건가 했는데, 참다못한 암놈이 아주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는데도

귀찮고 짜증스러운 몸짓으로 밀어내는걸 보면

쑥스럽거나 한게 아니라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거였다.

 

암놈을 하룻밤 집에 재우며 지켜보기로 했다.

서로 낯을 익히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대박이 집에서 자고

대박이 사료를 같이 나눠 먹으며

충분히 낯을 익혔는데도

대박이는 요지부동이다.

정작 아무런 상관없는 조폭이 가족이 관심을 보인다.

 

평소 식사시에

육식을 즐기시는걸 보면 대박이가 스님은 아닌데

또, 흰둥이에 대해 식탐을 부리는걸 보면 득도한 강아지도 아닌데

완강한 몸짓으로 암놈을 밀어내는걸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상대는 이제 한창 암내를 피우며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암놈 아닌가...

 

대박이를 닮은 강아지들이 봄빛을 받으며 마당을 꼬물꼬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대박이는 수행, 그것도 용맹정진중이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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