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백사장 낚시를 하기로 했지.
갯바위 낚시는 바늘이 바닥에 너무 자주 걸려 급한 성질의 나에게는 별로 흥미롭지 못했던 터...
백사장에서 냅다 던지면 아무렇게나 던져도 좋고, 바닥에 걸릴일이 없으니 좋고
고기야 안잡히면 어떠리...명색이 해수욕장이니 눈요기꺼리는 충분할 터...ㅋ
갈매기들이 모여 있는 곳.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기수역...
여기가 오늘의 포인트. 그동안 오가며 눈독만 들이던 곳.
갈매기 선생들께서 남기신 자국들...
이 발자국들도 이상태로 1억년쯤 흐르면 화석이 될까?
화석이 되면 갈매기 발자국인줄 알까?
같이 찍힌 내 고무신 자국은 뭐라고 해석할까?
파란 고무신이라는 것도 알까?
나에게 자리를 뺏기고 갈매기들은 개울쪽으로 더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앞에 보이는 교량이 군인들의 순찰 통로.
저 다리 저편에서는 민물낚시 채비가 필요하다.
주 어종은 은어, 그리고 새끼 우럭...이라지!
물가에 선 백로처럼 물속을 바라보며 [결정적인 순간]을 노리는 아저씨.
말씀을 못하시는 분이셨는데, 투망에 잡혀 올라온 은어를 나눠주시겠다고
손짓을 하신다...
지나가면서 먼발치로 몇번 투망하시는걸 본적이 있는데 오늘 가까이에서 만났다.
드디어 때가 왔다!
으라차!
참 날렵하시다. ㅎ
물이 깊다보니 투망을 던지고 꽤 한참을 가라앉기를 기다리신다.
그리고 당기기...
잡혀 올라온건 손바닥만한 은어 한마리, 그리고 엄지손가락만한 복어 두어마리...
계면쩍게 웃으시며 다른때는 이만한게 잡힌다...라는 뜻으로 팔뚝을 들어 보여주신다... ㅎ
잡힌 은어를 가져가라고 손짓을 하시는데, 어망에 넣어 드렸다. ㅎ
앞으로도 자주 뵙겠지...다음에 많이 잡으셨을때 많이 주세요...ㅋ
억! 손바닥에 투두둑 하는 감촉이 오더니 뭔가 걸렸다.
찌를 안달고 손바닥 감촉으로 어신을 감지하는건데, 제대로다.
끌려 올라온놈은...광어!
말로는 죽어도 안 믿는 불신의 시대에, 특히나 나를 불신하는 주변의 악한 무리들을 생각해
반사적으로 뒷주머니에 넣어둔 컴팩트 카메라를 꺼냈다.
자! 현장이다. 보시라!! 광어다 광어!!!
들어는 봤나? 자연산 과앙어!
카메라 들고오길 진짜 잘했지...
귀찮다고 두고왔으면 어쩔뻔했어?
자세히 보자..
매달린 광어는 죽을맛이겟지만...ㅋㅋㅋ
기왕 매달린거 조금만 더 고생하자 광어야.
그놈 참 실하고 이쁘기도 하지...ㅋ
고백컨데, 놀래미 외에는 바다물고기를 낚시로 잡아본건 처음이다.
아! 대학때 황어를 잡아봤군. 강릉 안목바다 백사장에서...
암튼 그때는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으니 온전히 내 혼자의 힘으로는 이놈이 처음이다.
역사적 순간이지...^^*
마침 차안에 물통도 하나 있어서 냉큼 바닷물을 담고 광어를 넣었다.
자! 잡긴 잡았는데 이놈을 어떻게 하나...
자세히,
여러각도로
심도있게
관심을 가지고
다시 보자...ㅋㅋㅋ
이런 기회가 또 있겠누?
잡고나서는 처음엔 가재미 아닐까? 했었다.
이 동네서는 간재미라고 하두만...
배가 하얀색이어서 혹시...광어?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언감생심.
그냥 가재미치고는 참 큰놈을 잡았군.
저놈도 놓아주면 나중에 용궁에 가서 여의주 하나 물고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몇년전에 춘천 의암호에서 놓아준 잉어 녀석이 아직도 소식 없는걸로 봐서는
이녀석도 놓아주면 똑같이 소식 두절될거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역시 학습효과는 큰거지.
동네 아저씨 한분이 많이 잡으셨나요? 하고 물으시길래
가재미 한마리 잡았어요...
들여다 보시더니 웃으신다.
이거 광어예요
딱 맛있는 크기네...^^
음..
저놈이 광어란 놈이군...
머리속 메뉴가 갑자기 세꼬시에서 회로 바뀌었다.. ^^
내일 비 안오면 또 가.야.지!
학꽁치를 낚아봐야지...
그건 잡히면 회와 초밥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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