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방/시간 흐르는대로...

남산...

가람비 2008. 8. 4. 23:30

남산에서 돌 하나 굴리면

우리집에 닿는다.

 

남산에서 산 아래로 던지는

수많은 의미의 눈빛들도

우리집 지붕을 스친다.

 

 

 

요즘은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비가 안오면 비가 안와서

거의 매일 남산을 오른다.

 

남산공원 입구

순환도로가에 있는

이동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잔을 사 들고

걸음마 처음 하는 아이처럼

느릿느릿 산책로를 따라 산길을 오른다.

 

운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저만치 빠른 걸음으로 사라진다.

 

완만한 경사의 도로를 타고 오르다

가로등 밝은 벤치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사연들만큼이나 많은 불빛들을 바라 보기도 한다.

 

 

 

남산공원에는

하얏트 호텔쪽으로

팔도소나무를 심어 놓은 곳이 있다.

 

늘 앞만보고 걸어 있는지도 몰랐던

아주 정갈하고 느낌좋은

잘 다듬은 잔디구릉이 그곳에 있는걸 그저께 봤다.

 

오늘은

도로를 벗어나

잔디구릉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약 30분...

나무와 나무 사이로 보이는

먼 가로등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천천히 들여마시고

천천히 내 뱉기...

 

 

사람들이 지나가고

바람이 불어가고

시간이 흘러갔다.

 

눈에 보이고

코로 맡아지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남산

남산은

생각하는 모든 것

구하는 모든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문득 했다.

 

 

바람이 불어가고

구름이 흘러가고

또 다시

시간이 머물다 가는

 

남산..

그 자리에

오늘은

별빛도 촉촉히 내릴 것이다.

 

 

2008.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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