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창틈으로 세상보기 [기사]

해파랑 길’ 조성에 대한 우려, 또는 바램.

가람비 2010. 10. 2. 16:39

 

해파랑 길조성에 대한 우려, 또는 바램.

 

 

동해안 부산과 고성을 잇는 7번 국도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경관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날 길이다.

오륙도를 출발해 부산과 울산 경북 강원을 지나는 전 구간이 푸른 동해바다와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을 좌우로 끼고 펼쳐지는 길이다.

때로는 바다와 가까이 만나고 때로는 백두대간에서 솟구쳐 흐르는 계곡을 만나며 지나는 전 구간이 또한 조상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서린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 구간에 해파랑 길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1014년까지 구간별로 크게 4대 테마로 나누고, 각 항구와 해수욕장, 명승지를 중심으로 다시 세분화 하며, 고유의 환경 디자인과 BI를 제작하고, 그 길 위에 청소년여행문화학교를 세우고 다양한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청소년들의 호연지기를 기르는 수련장으로 활용함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처럼 국제적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고 보면 그 세밀함과 웅대함에 우선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해파랑 길조성 계획이 나오기 이전에도 7번 국도길은 도보여행객이 많은 길이다. 그리고 해마다 여행을 마친 이들의 미니 홈피나 블로그를 보고, 또는 입소문을 타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때로는 연세 지긋하신 중년의 여행객까지 그 연령층도 다양한 편이다. 동일한 코스를 걷지만 그들은 각자의 동기와 각자의 계획, 각자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며 그 길을 걷는 것이다. 혹한기와 혹서기를 제외한 기간에는 하루 평균 수십명의 도보, 자전거 여행객이 그 길을 지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머니 걱정 안하고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여행자 숙소, 식사를 위한 취사시설, 땀에 젖은 옷을 세탁 할 수 있는 세탁시설, 휴대폰을 충전하고 여행 중 찍은 사진이나 기록을 백업할 수 있는 인터넷 시설, 그리고 자전거를 간단하게 정비할 수 있는 공간과 장비 등이다.

 

해파랑 길조성 계획의 구간설정이나 통일된 디자인,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등의 의욕적인 청사진을 보면서 가슴 한켠이 불편해져 오는 것은, 자칫 그런 기획들이 현재 7번 국도를 따라 걷는 여행객들의 생각의 다양성, 의도의 다양성, 연령의 다양성, 코스의 다양성 등 제반 다양성들을 획일화 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여행이 획일화 되고 여행만이 갖는 돌발성이 사라지면 이미 그 여행은 죽은 여행이다.

 

바램이 있다면, ‘해파랑 길계획의 모든 청사진을 완벽히 갖춰 한꺼번에 오픈하고걷기 프로그램[전격적으로] 실시하기 이전에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여정의 적당한 곳곳에 먼저 현재 여행객들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시설들을 있는 시설을 재활용하여 설치하고 운영하면서 기존 도보여행객들의 여행의 의미를 존중하고 살리는 한편, 보완의 의미로 걷기 프로그램을 적당한 테마와 적당한 장소에서 운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계획을 하고 개발은 하지만, 소프트 웨어는 여행객들만의 것을 존중하고 선양하는 그런 해파랑 길을 보고 싶은 게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