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피서객 3,000만명, 그 허와 실
연일 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올 여름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이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2가 동해안으로 피서를 오는 셈이다. 이에 발맞춰 ‘연간 관광객 1억명 시대’를 천명한 동해안의 ‘관광상품 벨트화’ 사업들도 야심차게 기획, 추진되고 있다. 동해안 각 지역의 지역적 특색에 맞는 관광상품을 차별성 있게 개발하여 벨트화 함으로써 연간 관광객 1억명 시대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강릉시는 강릉항에 1,800억 원을 투자하여 요트와 유람선 정박시설을 갖춘 동해안 유일의 레저항으로 개발하는 한편 항구 주변에 해변 공원을 건설해 관광객의 체류형 요람으로 조성하고 있다. 속초시와 고성군은 설악산 대청봉에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고 금강산을 연계하는 통일관광특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삼척시는 천혜의 동굴관광 자원 개발과 함께 원덕읍과 근덕면 해안을 잇는 대규모 해양관광 레저단지 조성을, 동해시는 레저 복합 휴양단지 개발계획을 확정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과 동해안을 잇는 동서고속도로가 절반 완공 되었고, 44번, 46번 국도가 확장 되었으며, 원주-강릉간 철도 건설, 영동고속도로의 확장 공사와 태백-삼척을 잇는 국도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동해안은 수도권은 물론 대전 등 중부권에서도 2시간 이내에 도착 가능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명실상부하게 ‘연간 관광객 1억명 시대’를 열어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연간 관광객 1억명 시대를 연다는 것이 단순하게 숫자상의 의미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을 투자하여 특화된 관광 상품을 만들고, 벨트화 하며, 관광객을 유치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관광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유치하는 관광객의 수가 아니라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은 소비를 하느냐는 것이다. 즉, 관광객에게는 만족을 주고 그 댓가로 주민들은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말까지의 기간이 올 여름 동해안 피서의 절정이라고들 한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 200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동해안을 찾았다. 그러나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쌀, 고기, 야채, 물 등 먹거리는 물론 돗자리, 튜브, 모기향 등 피서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전부 준비해서 바닷가를 찾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휴가기간에 피울 담배까지 챙겨서 온다고 하니 주변 상인들이 울상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원망보다 이 모든 것들이 자업자득이라는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각 지자체가 바가지요금 근절을 내 세우며 계도를 하고는 있지만, 휴가철 동해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해시가 홈페이지에 고시한 지역 숙박시설의 휴가철 방값을 보더라도 웬만한 여관, 모텔의 방값이 15만원을 훌쩍 넘는다. 평상시 방값의 서너배는 기본이다. 서울의 웬만한 특급호텔 방값보다 비싸다. 그러니 해마다 피서객들이 동해안을 찾을 때 아예 준비 가능한 모든 것을 챙겨 오는 것은 당연하다.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들이 손님이라는 생각으로 만족을 줄 방안을 찾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이다. 동해안은 터무니없는 가격이 없고, 가면 만족을 얻어올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면 힘들게 온갖 먹거리를 싸들고 피서지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만족을 얻은 댓가로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농부는 어떤 경우라도 씨앗을 먹지 않는다. 관광사업도 마찬가지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여 관광객들의 마음을 꽁꽁 동여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관광특구로 지정되었으면서도 국내 관광객조차 외국으로 뺏겨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뼈를 깎는 고통을 겪고 있는 제주도의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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