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방/숨어있기 좋은 방

상처, 정현종.

가람비 2010. 8. 24. 03:56

 

 

 

 

 

한없이 기다리고

만나지 못한다

 

기다림조차 남의 것이 되고

비로소 그대의 것이 된다

 

시간도 잠도 그대까지도

오직 뜨거운 병(病)으로 흔들린 뒤

기나긴 상처의 밝은 눈을 뜨고

다시 길을 떠난다

 

바람은 아주 약한 불의

심장에 기름을 부어주지만

어떤 살아 있는 불꽃이 그러나

깊은 바람의 소리를 들을까

그대 힘써 걸어가는 길이

한 어둠을 쓰러뜨리는 어둠이고

한슬픔을 쓰러뜨리는 슬픔인들

찬란해라 살이 보이는 시간의 옷은

 

 

 

상처    -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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