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방/숨어있기 좋은 방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가람비 2010. 5. 18. 21:42

 

 

 

 

 

집이 없는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다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2010.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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