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는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다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2010. 05. 18.
'마음이 머무는 방 > 숨어있기 좋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행무상 (0) | 2010.06.18 |
---|---|
내 안에 있는 것들. (0) | 2010.05.26 |
2010. 봄 (0) | 2010.03.18 |
겨울, 눈...소통. (0) | 2010.02.21 |
세상살이가 이처럼 편안한 표정일 수 있다면... (0) | 2009.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