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을때는 하루에 스무통 가량의 메일이 옵니다.
그중 [편지]라고 할만한건 거의 없지요.
기계로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모양, 똑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살포되는 메일중 하나를 나도 받는 겁니다.
그런 가운데
간혹 [편지]가 포함되어 있으면
그리고 그 편지의 끝에 달린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름이라면
잔잔한 기쁨이 동심원을 그리고
잔 물결이 마음을 찰랑거리게 만듭니다.
간밤에
딱 두개의 메일이 와 있었고
두개 모두 수작업에 의한 [편지]였습니다.
등불을 대하는듯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정현이는
더운나라 베트남에서
나, 이렇게 고생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러이러한 일들을 처리했고
이러이러한 계획을 진행중입니다...
라는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그 메일에는 그녀석의 땀방울이 묻어 함께 왔습디다.
눈이 많이 내린 뒤끝
길이 덮였기 때문일까
인적이 끊겨, 어떻게 지내고 있나?
궁금한 생각이 들던차에
나 사리 만들고 왔소!
그런 소식이 하나 도착했네요.
잘하셨습니다.
그렇잖아도
굳이 기도라는 이름 아니라도
어디 산에 가서 바람이라도 쐬라고 권하고 싶던 차였습니다.
삶에 코를 묻고
허둥거리는 시간이나
산에, 또는 바다에 있어
바람 맞고, 파도 바라보는 시간이나
무슨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만은
떠나있는 시간,
또 다른 장소라는 것만으로도
삶의 숙제로부터 잠깐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테니까요.
여러가지에 많이 치여 사는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緣은 緣대로 흐릅니다.
마음이란
늘 이곳 저곳을 들여다보고
아랑곳 하는 속성을 가진 것이어서
무시로 이것 저것을 내 모든 것인양 착각하게 하고 몰입하게 합니다.
공부를 하거나
연을 맺어 흐르거나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거나
모두 악세사리일지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가끔은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일탈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이었음을
간직하셨으면 합니다.
사람은
본래의 모습일때 가장 아름다운 법 아니겠어요?
알아온 이후로
요즘 가장 많은 일들에 맞닥뜨려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감당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가슴에 담아 힘들어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라는 혼자 지키는 것이 아니고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지는 것처럼
비어있는 곳은 늘 다른 누군가가 채우도록 되어 있습디다.
만족하고 만족하지 않고는 별개지만
또 일이라는게 상대적이어서
늘 내가 해야 완벽하다는 것 또한 없으니 말입니다.
산에 또 가시고
바다에 또 가세요...
어떤 모습이 나 다운 것인지
그 모습을 늘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그런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나도 늘 튈 생각을, 그런 기회를 엿보며 살고 있습니다만 쉽지는 않네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일]인것 같아요.
다른이에게 충고하기는 쉬워도 자기가 행하기는 어려우니 말입니다.
겨울이 끝나갑니다.
건강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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