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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록 땅 짚고 헤엄치는 개꿈일지라도...

가람비 2008. 1. 17. 15:09
내 선배인 소설가 이순원 형은 이렇게 말했었다.
[하루에 화투 한장 두께만큼씩 불러오는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나는 대통령의 아버지를 꿈꾼다...]
이 글에 대해, [나는 하루에 화투 한장 두께만큼씩 불러오는 형수의 배를 바라보며 대통령의 장인을 꿈꾼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시인이라는 직함을 쓸데없이 천형처럼 달고 사는 내 친구 권혁소는 이렇게 말했었다.
[수산학교를 나와 수산시장에서 등짐을 지는 선배는 고단한 일상을 복권에 걸었다..우리들의 꿈은 일주일치의 희망을 주는 복권이다.. 땅 짚고 헤엄치는 개꿈이다..]라고..

일주일치의 개꿈이어도 좋다.
2000원을 투자하여 일주일간 60억원의 희망을 갖고 산다면 가진 희망만으로도 어디 2000원의 가치밖에 안될까?
꿈을 갖기 힘든 시대에 복권을 사서 일주일의 꿈을 갖는 것이나
임신한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대통령의 아버지가 될 꿈을 갖는것..
비록 그것이 땅 짚고 헤엄치는 개꿈에 불과 할지라고 꿈을 갖고 사는 동안은 기대하는 부분만큼 행복한 것이다.

진정 슬픈건,
개꿈에 불과할, 희망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인 것이다...

난, 어제 저녁 퇴근길에
서울역에서 2000원의 돈을 건네고 60억짜리 일주일치의 꿈을 가슴에 심었다...
개 꿈으로 끝날줄 알지라도..
어느 경우라도 꿈을 심는것, 그것이 삶 아닐까?
출처 : 아미산 머루 다래 스무다섯 알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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