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니?
지금 네가 가는 그곳에도
이 미친 바람이 불어가니?
가슴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머릿속을 온통 휑하니 쓸어가는,
지금 네가 가고 있는 그 바다에도, 그 땅에도
이 미친 돌개바람 소리가 들리니? 관절마다 꺼이 꺼이 꺾어 부는
이 미친 바람소리가 들리니?
사람 사는 일은 늘 통속이라
통속이고 싶지 않을수록 통속이라
아무리 의미를 특별히 두려해도 결국은 유행가 한 소절만큼도 가슴 울리지 못하는데
그런 속에서 참으로 고고히 우리는 만났다.. 만나졌다...
서로 가슴을 덮고 고개 수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다
문설주에 머리 부딪고 돌아서길 몇해째..
이제 그 부딪힘이 문설주가 아니라 네 머리..
완강한 네 가슴의, 콘크리트보다 더 견고한 방호벽임을 안다...
흔히들 경험하는 만남과, 만남이 남기는 궤적이
왜 이다지도 내게는 늘 경이로울 정도로 진하고 생생한 건지...
깃발도 날리지 못하고
나뭇잎 하나 제대로 흔들지 못하는
이 미친 돌개바람의 그 비명소리가
네게도 들리니
지금 들리는거니?
대문을 열고
그러나 닫혀있는 대문 주위를
어둠에 그림자 숨기고
밤새 나선형으로 돌아
가슴으로 들어오는
구두발자욱 소리 하나
오늘밤도
......듣는다...
출처 : 아미산 머루 다래 스무다섯 알갱이.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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