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부산-고성간 구간이 도보여행자들의 메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자전거나 도보로 부산이나 포항에서 출발하여 강릉이나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하루 평균 20명에서 많게는 40여명의 여행객들이 7번국도변의 바닷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휴가를 내고 도보여행을 떠난 40대 이후 중년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부산 기장에서 출발했을 경우 경포대까지는 대략 12일 정도, 포항에서 출발했을 경우 경포대까지는 대략 8일 정도가 소요 된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잠자리와 휴대폰 충전, 식수 보충, 빨래, 샤워 등의 어려움.
먼저 다녀간 여행객들의 경험담을 인터넷을 통해 꼼꼼히 확인하고 출발하지만, 현지 상황이 늘 유동적이라 그냥 참고사항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비시즌에는 동네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도 잘 재워 주지만 여름 휴가철에는 언감생심이라는 것.
그럴 때는 기차역에서 자는 경우가 많은데, 망상역과 옥계역, 정동진역이 잠자리 포인트가 된다고 한다.
도보여행객들은 자동차 여행객들과는 달리 매일 하루 약 40킬로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면서 작은 마을, 해안가 작은 길, 각 마을의 인심이나 문화까지 사진이나 기록으로 정리하여 자신의 미니 홈피나 블로그에 올리기 때문에 파급되는 홍보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20대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이들에게 지역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게 되면 평생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지리산의 둘레길, 제주도의 올레길 등 이미 이름난 도보여행 코스가 있다.
그리고 강원도에도 동해안의 낭만가도나 화천의 산소길, 강릉의 바우길 등 도보 여행객들을 위한 루트들이 개발되고 있다.
인위적으로 개발되는 코스들은 향후 홍보나 지속적인 이벤트 등을 통해 여행객을 유치해야 하는 과제가 따른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여행객들의 입 소문을 통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코스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산티아고 가는 길’같은 경우도 그 코스를 따라 답사한 사람들의 경험담, 책, 사진 등이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지면서 유명해 졌고, 국내에서도 그 코스를 걷기위해 일부러 프랑스나 스페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순례자의 길’이라고 알려진 ‘산티아고 가는 길’의 약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황토길 오지의 작은마을, 여행자 숙소, 포도밭, 각 마을의 독특한 문화, 음식 등이 세세하게 전세계인들에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순례자가 간 길을 따라 몇몇 사람이 종교적인 목적으로 걷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길이 붐빌 정도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걷기위해 모여들고 있으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또 다른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각자의 나라에 돌아가서도 교류를 나누고 친목을 도모할 정도로 새로운 우애와 문화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시작하여 고성에 이르는 동해안 도보여행코스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강원도이다.
강원도에 들어서는 입구인 삼척시 원덕이나 근덕 일대부터 시작하여 하루 이동거리인 40킬로미터 가량의 거리마다 폐교나 방학중인 학교, 청소년 시설, 마을회관 등을 활용하여 도보여행객들이 부담없이 쉬고 자고 자전거를 수리하고 재충전해서 출발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준다면, 그 길이 강원도를 전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족을 붙인다면, 여타의 길들이 보고 즐기는게 우선인 길이라면 7번국도길은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생각하고 인내하고 견뎌내어 끝내는 자기를 찾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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