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방/시간 흐르는대로...

병아리 탄생을 기다리며...

가람비 2010. 4. 10. 09:56

 

 

 

 

 

오골계가 알둥지에 들어앉았다.

그냥 '어느순간' 그렇게 전격적으로 들어가 움직이질 않는거다.

이맘때쯤 초보닭들은 알을 품는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그만둬버려 애궂은 계란들만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 하루쯤 더 지켜봤다.

다음날 역시 오골계는 알둥지에서 꼼짝않고 알 품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암닭 4마리와 수탉 1마리가 공생하던 닭장 분위기도 어딘가 모르게 달라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 당혹스럽고 낯선...그리고 차분히 가라앉은 그런 분위기...

오골계는 암닭들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작았다.

낳는 알의 크기도 가장 작았고, 다만 조금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가장 먼저 알을 낳은 녀석이었다.

모아두었던 계란 열개에 사인펜으로 표시를 해서 더 넣어주었다.

놓아 기르던 녀석이라 평소에는 조금만 가까이 가도 도망가기 바쁜데 이번에는 움직임 없이 알을 놓아주는 손가락을 쪼아댄다.

아하...확실히 품기 시작한거로구나...싶었다.

두어시간후쯤 다시 가보니 알을 품는 둥지에 다른 암닭 두마리가 더 들어가 서성인다.

한놈이 알을 품고 앉았으니 이놈들이 알 낳을 자리가 없었던 거다.

오골계를 알둥지째 달랑 들어 옆으로 이동 시키고 부랴부랴 알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 넣어줬다.

다시 두어시간후, 다른 암닭들이 새로 넣어준 알둥지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계속 알을 품고있는 둥지에 들어가 서성인다.

알을 품는 오골계가 많이 성가시고 불안해 보여 아예 알둥지를 창고로 옮겨줬다.

옮기면서 보니 넣어준 10개를 포함, 총 13개의 알을 품고 있다.

하루지나 슬며시 창고를 들여다보니 오골계가 알 다섯개를 골라 옆으로 밀어놓고 나머지만 품고 있다.

덩치가 작아 열세개를 품기는 무리였던게지...시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계속 옆으로 밀어놓으면 알을 치워주려고 했는데

잠시후 들여다보니 그중 두개는 다시 가져가고 세개만 옆으로 밀어 놓았다.

7일부터 품기 시작했으니 5월 3일이면 우리집에서 귀여운 병아리들을 볼 수 있을터이다.

아직 암닭들이 세마리 더 있으니 그놈들중 한마리만 더 알을 품어도 줄잡아 열다섯마리 정도의 병아리들이

올 봄 내내 담장밑을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는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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