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세상이야기

뇌물받은 의자.

가람비 2010. 3. 11. 21:17

  

사기업 사장 한명이 총리공관에서 총리를 만났다.

그는 총리에게 청탁할 일이 있어 뇌물로 쓰려고 현금 5만 달러를 2만 달러와 3만 달러로 나눠 양복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돈을 총리에게 직접 전하지 않고 자기가 앉았던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한다.

안주머니에 넣어갔던 것이므로 아마도 쇼핑백 같은 것에 넣은 것도 아니고 봉투에 담은 상태로 놓고 나왔을 것이다.

봉투 놓은 것을 총리가 아는지, 봤는지, 챙겼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한다.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사건 두 번째 공판에서 나온 진술이다.

첫 번째 공판의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뒤집은 내용이다. 처음부터 준 사람은 뇌물을 줬다고 하고, 받은 사람은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 사건이다.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검찰은 총리를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받은 부정한 정치인으로 몰아 세웠고

언론은 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연일 증폭 생중계하기에 바빴었다.

 

사장이라는 사람이 공판에서 말 한대로라면 참으로 웃긴 일이다.

의자에 돈을 두고 나왔고, 그 돈의 종적이 묘연하다면 정말 두고 나온 건지 아닌지를 더 조사한 이후에 판단을 했어야 한다.

뇌물이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단 둘만 알도록 은밀하게,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따라서 뇌물을 주고자 하는 자와 받고자 하는 자가 암묵적으로라도 의견이 일치한 이후에 전달되는 것 또한 상식이다.

그렇지 않고 사전 교감도 없이 무작정 들고 갔다는 건 백번 양보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뇌물이란 양면의 칼이다.

그 자체가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받는 사람이 거부할 경우에는 안주느니만 못한 일이다.

그런데 사전에 아무런 교감도 없이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갔다가 의자에 두고 나왔다는 것이다.

총리공관이라는 곳이 개인의 가정집처럼 비밀이 완전하게 보장되는 곳도 아니다.

그런 곳에서 직접 전달한 것도 아니고 받아야 할 사람이 알지도 못하게 슬그머니 의자에 두고 나왔다는 것은 코미디도 삼류 코미디라 할 것이다.

또 그 정도 조사한 내용을 가지고 기소를 강행한 검찰도 참 우스운 일이다.

검찰 조사에서는 다른 진술을 했다가 정작 공판에서 말을 바꾼 거라면 검찰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덫을 놓고 그 덫으로 몰아가기 위한 검찰의, 또는 검찰 배후의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나라의 사법정의가, 이 나라의 검찰이 그 정도로까지 썩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기소를 했고 공판이 시작된 일이다.

무리한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취하하는 게 좋을 듯하다.

만일 끝까지 밀어 부쳐볼 생각이라면 공소장에서 뇌물을 받은 자를 [총리공관의 의자]로 변경하여 진행하기를 검찰에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