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 쪄낸 것하고 강된장 한 종지, 밥 한 공기가 어느날 밥상 전부입니다.
사실 미식가들은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먹지 않습니다. 어느 한 가지 먹을거리에 심취하면 다른 것은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다른 음식 맛이 고대하고 먹는 음식 맛을 망쳐 버릴 수 있기에 편식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사람이 미식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정 호박잎 쌈의 깊은 맛을 아는 듯한사람이 진정 미식가라고 생각되는데......저처럼요..ㅎㅎㅎ
어떤 사람들은 호박잎을 딸 때 걱정을 합니다. 호박도 열리기 전에 호박잎을 따면 되느냐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호박 덩굴에게는 상처가 되어 몸살을 앓겠지요. 하지만 시골 어르신들은 그래야 호박이 잘 열린다며 뻗기만 하는 덩굴손을 꺾어주고 잎도 따줘야 한다는 겁니다.
호박 덩굴손이 한 갈래로 뻗어 나가면 호박은 몇 개밖에 열리지 않는데 그 성장마디를 잘라 여러 갈래를 만들어 주고 꽃을 가리고 있는 잎도 따주는 것이지요. 사람도 자랄 때 힘든 거 모르고 자라면 이 다음, 커서 조금의 불편만 있어도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일생을 망치듯이 호박덩굴 또한 같은 이치라 합니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독이 아니라 약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나저나 솎아낸 호박잎과 어린 순은 호박잎 쌈이 되어 마땅한 반찬거리 없는 밥상을 푸짐하게 해줍니다. 입맛 없는 이들도 풋풋한 호박잎에 밥 한 숟가락 얹고 강된장 얹어 먹다보면 어느새 밥 한 공기 다 사라지지요.
호박잎을 찔 땐 짙은 초록이 맑은 초록으로 바뀌면 됩니다. 호박잎 줄기를 손톱으로 눌러보아 살짝 자국이 생기면 되지요. 조금 더, 조금만 더 하다가는 그만 호박잎 죽이 됩니다.
다 쪄진 호박잎은 작은 채반에 담아 물기를 빼고 식힙니다. 그냥 그릇에 담으면 아랫쪽은 질척해져 싱싱한 맛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호박잎 쌈에는 강된장이 빠지면 안되지요. 집집마다 강된장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집 강된장은 이렇습니다.
된장은 우리 전통 된장으로 옹기 항아리에서 오래 묵혀 거무튀튀한 것이 좋습니다. 재료는 애호박, 양파, 감자, 표고버섯, 조갯살 아니면 재첩살, 청양고추, 참기름입니다.
먼저 각 재료별로 알맞게 썰어 놓습니다. 표고버섯죽 끓이듯이 뚝배기에 참기름을 두르고 감자, 양파, 호박 순으로 넣어 볶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면 조갯살이나 재첩살을 넣어 조금 더 볶아 주지요. 그 다음에 된장을 자작하게 풀어 넣습니다. 이 때, 표고버섯을 불린 물을 버리지 말고 된장 풀 때 활용하면 향과 맛이 더 살아납니다. 어느 정도 부그르르 끓을라치면 표고버섯과 청양고추를 넣어 줍니다. 그런 다음. 불을 줄이고 보글보글 잦아들 때까지 놔뒀다가 식히면 끝~
오늘 같은 날, 창 밖에 비 내리는 소리 들으며 먹는 호박잎 쌈은 어릴적 추억까지 함께 살아나 너무 좋습니다.
PS : 강된장은 넉넉히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입맛 없을 때 따끈따끈한 밥에 조금씩 얹어 비벼 먹으면 좋습니다. 물론 다른 야채쌈 먹을 때도 좋지요. |
'산야초 이야기 > 산나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곤드레 나물 (0) | 2009.06.19 |
---|---|
[스크랩] 아주까리 잎, 묵나물 (0) | 2009.06.19 |
[스크랩] 쇠비름 나물 (0) | 2009.06.19 |
[스크랩] 산나물 바로 알기와 요리법 (0) | 2009.06.19 |
[스크랩] 갈퀴덩굴(팔선초) (0) | 2009.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