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세상이야기

김훈중위, 노무현, 그리고 황우석

가람비 2009. 4. 14. 14:08

1998년 2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JSA 경비대대 소대장으로 근무 중이던 김훈 중위가 사망했다.

김훈 중위의 부친은 군단장을 역임한 예비역 육군 3성장군이었다.

군 수사당국은 권총을 이용한 자살사건으로 결론 냈지만 유족은 그 수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대를 이어 무인의 길을 가던, 전도유망한 한 청년장교의 권총자살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유족들의 반발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나는 다른 시각으로 그 사건을 바라봤었다.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장군은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서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여단장, 사단장을 거쳐 군단장까지 역임하신 분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지휘관과 참모로 봉직했던 그 긴 세월동안 그분 휘하에서 벌어진 또 다른 김훈중위사건은 없었을까?

만약 있었다면 그런 사건들에 대하여 그분은 아들이 당사자가 되어버린 사건에서처럼

절절한 마음으로 사건을 진실 그대로 밝혀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었을까?


요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말이 많다.

언론은 눈만 뜨면 생중계를 하듯 관련된 온갖 소식을 쏟아내고 있으며 가족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났거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두 번에 걸쳐 본인의 입장 표명을 했다.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알기 어렵다. 어쩌면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게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 사건 역시 김훈중위 사건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직이던 5년동안, 지금 노 전대통령이 처한것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없었을까?

명백한 법적인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거나 이익집단의 충돌, 힘 있는 기득 권력에 의해 기획되고 저질러진 사건들은 없었을까?


자신이나 가족의 신상, 이익과 직접 연관이 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무신경하다.

힘을 가진 자들은 오히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전체 정국에 불똥이 튐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걱정하여 적당한 선에서 덮는 것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당한 사람의 억울한 사정, 실체적 진실...이런것은 문제가 아닌 것이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게이트 역시 그들에게는 마찬가지로 [귀찮은 사건]의 하나였을 뿐이다.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는 관심 밖의 일이다.

사회 정의가, 원칙이, 상식이 죽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를 가리는 것보다 어느쪽을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 될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그것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진실은 똑같이 외면되고 있다.

어느 정권이든 그들에게 이 사건은 아직은 이익이 될 만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역사는 반복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내 문제가 아니어서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방치해 놓은 똑같은 사건이 언젠가는 반드시 내 문제로 다가 온다는 것이다.

귀찮고 시끄러운 문제라 해서 외면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진실을 찾는 노력을 시작할 때

비로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도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