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방/숨어있기 좋은 방

[스크랩]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며...

가람비 2008. 1. 17. 15:30

아직 젊어서
한창 에너지가 넘쳐 나던 시절
농담처럼 [나 죽으면 아마 사리가 나올거야]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찬란하게 아름다와서 슬프던 그 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기메
열려있는 가능성만큼 방황도 많았고
열려있는 가능성만큼 고뇌도 많았다.

"절대 자유"을 추구하면서 한때 자살을 꿈꾸기도 했고
스스로 의미가 있어야 차 한잔도 마셨고
기존의 숨막히는 질서에 질식해 가슴 쥐어 뜯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었다.
이념 서적과 연극과 그림과 시와 소설과 필연처럼 여행과...
춘천의 풍차..강릉 시내의 다랑..그리고 경포의 유리집...
올빼미처럼 밤새 읽은 단편소설 한편의 가슴 벅찬 감동 때문에
아직 통금이 있던 시절 새벽 길거리로 뛰쳐나와 안개 자욱한 팔오광장 거리를 정신없이 헤매던 기억...
그리고 잡혀갔던 파출소에서 만난 숱한 형태의 군상들...

그 시절엔 그래도 그것이 무언지는 모르지만 뚜렷이 추구하던 한가지는 있었다.
긴 내면으로의 여행...

참으로 먼 시간을 돌아
시간을 돌아 멀리 온만큼 어렵겠지만
이제 다시 그 여행을 시작해 보려한다.
그 여행의 끝에 예전처럼 [인간]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사람아..하고 부르는 입에선
풀 냄새가 나야 한다고
결론 내릴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린 마음에도 너무 힘들어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 내면으로의 여행을
더 먼 시간 돌아 허비하기 전에
다시 한번 시작하려 한다.

너무 아파하지 않고 돌아올 만큼만
지켜질지는 장담 못하는 선을 하나 죽 그어놓고
이 가을에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해 볼까 한다...
출처 : 아미산 머루 다래 스무다섯 알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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