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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허재현, 조소영 / 2010-04-22) 부산·경남지역의 전직 건설업체 대표인 정아무개(52)씨가 현직 검사장을 비롯해 100여 명의 검사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고 성상납까지 했다는 주장을 담은 <문화방송> ‘피디(PD)수첩’이 20일 밤 방영된 뒤 ‘검사 스폰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21일 진실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으나 부산지검은 “방송 내용이 제보자의 신뢰성 없는 일방적 주장만 나열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21일 제보자 정씨를 찾아 인터뷰를 시도했다. 정씨는 “검찰의 압박이 심하다”며 한사코 대면 인터뷰는 거절했다. 대신 정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심경을 짧게 털어놓았다. 정씨는 검찰 향응제공 사실을 언론에 털어놓은 이유로 “그간 접대해왔던 사람들이 내가 힘들어졌을 때 전화 한 통 없어 배신감을 느꼈다”며 “5~6년 전부터 (접대) 문건을 작성해 왔다”고 고백했다. 검찰은 정씨가 검찰에 추가 기소당한 것 때문에 보복성 폭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씨는 “(검찰 지인들에 대한) 인간적 실망감과 배신감에서 폭로한 것일 뿐 기소 여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정씨는 또 검찰이 자신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한 것에 대해 “아직도 검찰이 자성을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문건에 허위 사실은 전혀 없다”고 재차 밝혔다. 정씨는 “검찰에 향응을 제공하며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고 인지상정에 따른 것이었다”며 “대부분 검찰 쪽에서 먼저 향응 제공 요청이 들어와 술접대 등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인터뷰하는 사이 종종 “힘들다”고 토로하며 울먹였다. “검찰이 너무 힘들게 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스폰서 사실을 알린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김용철 씨의 (삼성 비자금) 고백처럼 이번 일도 묻힐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씨와의 통화내용을 요약한 일문일답이다.
- ‘스폰서 검찰’ 보도가 나간 뒤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금 심정이 어떤가 힘들다. 자살하고 싶다. 농담 아니다. 김용철 씨 (삼성 비자금) 고백처럼 그냥 묻혀버릴까봐 겁도 나고 많이 힘들다. 지금 집안이 풍비박산이 됐다. 제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내와 아이들이다. 나 때문에 모든 인간관계가 잘려나갔다. 검찰이 나를 다시 구속한다고 하는데 어이없다. (검찰은 20일 “신병치료 목적 이외의 활동을 하고 있다”며 법원에 정씨의 구속집행정지를 취소해 줄 것을 신청했다) - 세상에 검찰 스폰서 사실을 알린 것을 후회하나.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검찰이) 너무 나를 괴롭히니까 힘들다. - 검찰 스폰서 사실을 세상에 밝힌 이유가 무언가. 1~2년 생각해서 한 일이 아니다. 현직 검사든 변호사든 내게 접대받은 분들이 내가 힘들어지자 전화 한 통 없었다. 격려를 해준다든가 밥을 먹자던가 하는 얘기도 없었다. 지금도 없다. 그래서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5~6년 전부터 문건들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올해 2월 한 국회의원에게 문건을 보내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정씨는 2008년 11월부터 2009년 4월 사이 불법 오락실 단속 무마 조건으로 업체 관계자에게서 2,7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신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한 달 만에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9년 1월과 3월 “총경 승진을 도와주겠다”며 경찰 간부에게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 검찰은 당신이 추가로 기소된 것 때문에 앙심을 품고 언론에 문건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이 진정으로 자성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떤 무기수가 죄를 지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 사람이 제보를 하면 모두 묵살되어야 하나. 검찰이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이 사라지는가. 앙심을 품은 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 문화방송 ‘피디수첩’을 보면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신을 ‘정신 나간 사람같다’고 표현했다. 당신의 진술은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직 방송을 못 보았다. (만약 그랬다면) 명예훼손이다. 설마 검찰이 미친 사람을 구속수사했겠나. - 검찰은 당신이 작성한 문건에 허위사실도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허위 사실 전혀 없다.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내가 지금 몸만 아프지 않았다면 직접 나서 밝힐 것들이 많다. - ‘피디수첩’ 보도에서는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당신을 모른다고 부인하다가 이후 말을 바꿔 “만나기는 했지만, 떡값 등은 받은 적 없다”고 했다. 몇 번의 (돈을 준) 장면이 눈에 아직도 선하다. 한 부장이 부산지검 형사 3부장에 근무할 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는 사이였다. 그 정도면 꽤 많이 만난 것이다. 날 모른다고 하는 게 기막히다. (보도 나온 것처럼) 식당 사장들이 다 증언하지 않았나. - ‘피디수첩’ 보도에서는 박기준 부산 지검장도 후원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는데 박 지검장과는 어떤 사이였나? 25년 전부터 제일 많이 만난 사람이 박 지검장이다. 그는 접대도 많이 받았다. 그가 진주에 근무할 때는 부산에 원정와서 접대받고 돌아간 적도 있다. - 검찰 사회에 스폰서 관행이 만연해 있나?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하다. - ‘피디수첩’ 보도에서는 한 검사가 “자신들이 돈을 내려고 해도 굳이 (스폰서가) 내겠다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는데. 논할 가치가 없는 얘기다. 자기들이 돈 안 낼 거면 뭐하러 (술집 등에) 갔겠나. - 검찰에게 향응은 왜 제공한 건가?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에 약하고 마음이 약하다. 내가 스폰서를 자청한 적은 없다. 먼저 그쪽에서 우리 부서 회식 좀 시켜달라는 식으로 전화를 해온다. 말단 검사들은 ‘부장에게는 얘기하지 말고 평검사들만 술과 밥 좀 사달라’며 전화해 왔다. - 당신이 검찰에 대가를 요구한 것은 아닌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정씨는 “(검사들이 사건 청탁을) 보통 다 들어준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다’ 이러면 진짜 100% 봐준다. 지금 생각해도 무리수였는데 그런 것들을 다 해줄 정도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 대가성이 없는 향응제공이라면 대접을 받은 검찰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형사적 죄를 묻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도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 성접대도 했다고 했는데 사실인가? 모두 사실이다. 술자리 이후에 성접대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 부산지검에 지난 2월 향응 관행에 대해 수사를 해달라고 진정서를 냈는데 검찰이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검찰의 본질이다. 자신들이 유리하면 수사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내버려 둔다. 한명숙 수사 건도 그런 것 아니었나. - 검찰이 수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었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내가 검찰의 생태를 아는데 사실 기대도 안 했다. - 검찰은 진정서를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 등 다른 검찰청이 아닌 부산지검에 제출한 것을 두고 당신의 사건을 잘 처리하라는 ‘협박’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처벌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가? 몰랐다. 어이가 없다. 그렇게 하라고 해라. 한번 싸워보겠다. 내가 무슨 협박할 의도가 있었다는 건지 모르겠다. 근거도 없는 얘기다. - 검찰 쪽에서 최근 전화 온 것 있나? 검찰이 내 입을 막으려 한다. 구속정지도 풀려고 하질 않나. (한숨) 나보고 22일 검찰에 출석하라고 하더라. 못 간다고 했다. - 박기준 부산 지검장이 당신에게 전화한 적은 없나? 내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을 때(피디수첩 보도 이전) 전화해서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회유하더라. 정확히 이렇게 표현한 게 기억난다. “야, 정 사장. 김용철이 봐라. 어떻게 되던가. 너도 매장당한다. 파멸 당한다.” 그래서 내가 “더 파멸될 것도 없다”고 했다. - 검찰이 진상조사위를 꾸린다고 한다. 어떻게 예상하나. 지금은 내가 다시 구속되지 않도록 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른 생각 못하고 있다. - 현재 검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은 정말 썩었다. 검찰이 수사발표를 하는 모습 등을 볼 때면 가증스럽다. 술자리에서 대화 나누던 모습과는 너무 차이가 있다. 이런 생각도 든다. 그분들이 돈 받은 적 없다고 발뺌하는데 어쩌면 실제로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 평생 얻어만 먹고 접대를 많이 받다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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