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린 눈이 이번 겨울 마지막 눈일까?
칩거하는동안 겨울이 가버리고
먼 세상 이야기마냥 간혹 눈 내리는 소식을 건네 듣곤 했었다.
남쪽에서는 매화 소식도 들려오는데
오랜만에 부산을 떨며 나선 길에서 눈을 만났다.
나서는 길
서울에서는 비가 내려
우산도 받지않고 촉촉이 젖어 서울역으로 나갔다.
서울을 벗어나면서부터 눈이 내리더니
열차가 달려가는 좌우 차창으로 눈이 다가왔다 멀어지기를 영동에 닿기까지 반복했다.
남쪽에 유난히 눈소식이 많더니
영동역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하얀 설국의 풍경...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오던
시골 생활을 구체화 시켜보고자
우연히 닿은 인연 한 자락에 의지해 나선 경험의 길이었다.
어디든 마음을 던져 보기는 쉽지만
마음을 내려놓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 마음이 온전히 뿌리 내리기는 더욱 어려울 터이다.
다만, 생각한 것보다는
어울려 일어나는 일들이 생경스럽지 않아 신선했다.
습기 가득한 눈을 바라보고, 맞고, 밟으면서
돌아온 시간들이 얼마나 지난하고 길었던가...하는 생각
혹은
앞으로 가는 길이 또 다시 돌아가는 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사람사는 곳은 같은데
이곳에서 저곳으로 눈 한번 돌리는 일이 이토록 힘든 것인지...
무주와 갈리는
해발 700미터의 어느 계곡
포도밭과 사과밭 사이
눈맞아 고즈넉한 두어채의 황토집과 통나무집을 바라보면서
포도가 영글고 사과가 익어가는 어느 안개 자욱한 아침
[구름위의 산책, A Walk in the Clouds]같은 풍경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풍경이 있는 그림에 나는 그려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더 이상 눈은 내리지 않았다.
2009. 03. 03
Remember /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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