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세상이야기

새벽에 세종로를 헤맨 이야기...

가람비 2008. 6. 26. 17:31

어제는 꽤 늦은 시간에 세종로에 나갔다.

6월 10일 이후 자제하던 집회현장에 나간 이유는 간단했다.

 

닭장차에 실린 초등학생의 "나 이제 열두살이예요" 라는 외침을 담은 기사...

 

그 기사를 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 졌고 눈물이 핑 돌았으며 밀실에 갇힌듯한 공포와 절망이 걷잡을수없이 밀려왔다.

열두살의 어린아이가 그 순간 느꼈을 온갖 감정이 그대로 이입되는듯하여 도무지 진정 할 수가 없었다.

 

[5분 거리에 있어 늘 도움을 받을수 있는 경찰아저씨]에 의해

막무가내로 닭장차에 태워질때의 공포심...

난 이제 열두살이라고, 난 아니라고 있는대로 항변을 해 보지만

그 말에 대하여는 메아리도 없고 거짓말로 치부되는데서 오는 무기력함

진실은 모두 통한다고 배웠는데 고려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서 오는 당혹감...

그리고 좁은 닭장차에 실려 느끼는 공황, 공포감, 절망...

 

무엇보다도 눈물이 난건

이제 그 아이는 열두살이라는거였다.

열두살이라는건

앞으로도 수십년이라는 세월을 이 땅에서 이 나라를 믿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의무는 한없이 요구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묵살되던 현장을

너무 어린 나이에 목도하고 경험한 그 아이에게

이 땅에서의 수십년이라는 세월은 얼마나 큰 절망이며 공포일까를 생각하며 가슴으로 울었다.

 

늦은밤중에 세종로로 달려나가

신새벽 내내 정신 나간것처럼 길거리를 헤매다가

몽유병 걸린것처럼 새벽녘 집에 돌아와 쓰러졌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거다...

 

우리 세대에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자고 하는 이유가

그 어린아이들은 우리세대가 겪은 것들을 겪지 말도록 하자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 땅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