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 선정에 진통을 겪던 ‘이사부 크루즈’가 주문진항에 보금자리를 틀고 드디어 첫 출항에 나섰다. 지난 24일, 주민 등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체험항해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동행취재차 오후 2시에 주문진항에 도착하니 이미 배를 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 켠에서는 매표소, 대합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고 한 켠에서는 승객들의 승선 접수, 예약확인, 발권을 위해 전직원이 달려들어 뙤약볕에도 숨쉴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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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부 크루즈’호가 주문진항에 떠 있다.
| 오후 3시, 승선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승객들이 선내로 쏱아져 들어오고 직원들은 떡과 음료 등 승객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진열하느라고 분주했다. 금요일 하루 체험승선 공고를 냈는데, 공고가 나간 시간부터 출항이 임박한 시간까지 관련 내용을 묻는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승객들은 대부분 가족단위, 마을단위의 단체 승객들이었다.
700여명이 정원인, 3층으로 구성된 754톤의 유람선은 미동도 없이 항구를 빠져나갔다. 출항과 동시에 1층 선실에서는 중국 공연단의 서커스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미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가득한 1층 선실에 자리를 잡지 못한 승객들은 2층과 3층에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고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먹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선실에 설치된 수십개의 모니터에서는 선실내 공연모습과 유명 연예인의 뮤직비디오가 번갈아 방영되고 있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해안선도 송림과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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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항을 앞두고 1층 선실 무대에서 중국 서커스단 공연 모습.
| ‘이사부 크루즈’의 1층은 화려한 LED조명과 웅장한 음향시스템을 갖춘 공연장이 자리하고 있어 매항차 서커스 등 선상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격조높은 선상 뷔페가 준비되어 연인, 가족 모임에 잊지못할 추억과 낭만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2층은 격조높은 와인바와 라이브 공연이 있어 중년 이상에게는 추억과 낭만을, 젊은이나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3층은 탁 트인 공간에서 짙푸른 동해바다를 감상하기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바닥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화려한 LED조명은 해안선 불빛과 어우러져 야경 감상의 정취를 더해준다. 또한 선상 불꽃놀이를 눈앞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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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들이 1층 선실에서 DJ의 음악에 맞춰 춤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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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주의보가 발령되어도 항구 내에서 공연과 행사는 이루어 질 것이라고 한다. 약 40여분이 지나 유람선은 경포 앞바다 십리바위를 반환점으로 다시 서서히 북상하기 시작했다. 줄곳 배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던 갈매기들도 방향을 바꿔 유람선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중국 서커스단의 공연이 끝나고 선실에서는 사이키 조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문 DJ가 등장하여 디스코텍의 세계로 승객들을 끌어 들인다.
1층 선실에서 기자와 만난 노명환 회장은 선실 매점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생수 한 병을 사서 땀에 범벅이 된 기자에게 권한다. 강원FC의 김원동 사장이 싸인볼을 요청하는 지인에게 직접 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 싸인볼을 구입하여 선물했다는 일화를 떠올리며 어쩌면 저렇게도 닮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동해왕 이사부’를 기리는 의미로 유람선을 ‘이사부’라 명명했는데 의외로 이사부장군에 대해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르는 것 같다”며 웃는다.
운항노선은 ‘주문진-경포대’, ‘주문진-휴휴암’의 두 노선이며 계절에 따라 하루 4~6차례의 운항을 한다. 해돋이 노선은 일출 시간에 따라 출항시간이 변경되며 일출 30분전에 주문진항에서 출발한다. 또한 “전 항차를 각기 다른 테마로 운행할 수는 없지만, 오전에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 오후에는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시간대별, 계절별 특성을 살린 분위기 연출로 승객의 만족을 극대화 할 예정”이라며 대부분의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DJ의 유도에 따라 디스코텍 분위기를 연출하는 선실을 가리켜 보인다.
해운 여행의 특성상 전원 사전예약을 통해 승선이 이루어질 것이며, 고객들의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예약 등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일찍 매표소에 도착하고, 유람선에 자리가 있는 경우에는 현장 승선도 가능하겠지만, 비시즌이 아니고는 빈자리가 남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해외 크루즈 사업으로의 영역확장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파트 건축, 설계를 주업종으로 하던 종합건설회사에서 신사업으로 관광레져.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기위해 ‘정동해운’을 인수하고, ‘이사부 크루즈’를 출범시킨 만큼 당분간은 국내 크루즈 사업에 매진할 뜻임을 밝힌다.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 ‘체험승선’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승객들은 디스코의 열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입구에 서서 하선하는 승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불편한 점을 묻는 노명환 회장과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자체적으로 관광객 유입력을 가지고 있는 주문진항과 회장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승객의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는 열정으로 무장된 ‘이사부 크루즈’는 참 잘 맞는 짝이며, 그런 면에서 모항을 찾기 위한 그동안의 고난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좁은 항구 한켠의 매표소와 이미 포화상태인 주차장 문제의 해소가 숙제로 남은 가운데, ‘이사부 크루즈’가 동해안 관광의 또 다른 명물로 떠올라 관광여행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