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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

가람비 2010. 7. 20. 23:56

 

폐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

강릉시 폐교 임대 운영 실태

 

학교가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인 시절이 있었다. 학교에서 가을 운동회가 열리면 그건 곧 마을잔치를 의미했다.

그런 학교가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문을 닫기 시작한 건 대략 80년대부터이다.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대도시로 빠져 나가고 취학 아동이 줄어들면서 산간마을, 오지의 학교부터 문을 닫기 시작했다.

강원도에서만 1980년부터 406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 중 교육청 자체 활용이 19개 학교, 임대가 190개 학교, 도합 209개 학교가 사용되고 있다.

나머지 197개 학교는 처분했거나 부지만 보유하고 있거나 아직 미 임대 상태로 남아 있다.

마을의 중심이었던 학교가 문을 닫고 난 이후의 현장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강릉시 폐교의 활용 현황

 

강원도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강릉시에서는 총 18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 중 2개 학교는 처리종결(매각 등) 되고, 2개 학교는 교육청에서 자체 활용하고 있으며 14개 학교가 임대되었다.

임대의 형태는 마을 회관 등 마을 주민들의 복지시설이나 공동시설로 임대된 것이 10개소, 개인이나 단체에 임대된 것이 4개소다. 개인이나 단체에 임대된 내역은 주거 및 경작 1개소, 감로차 연구소 1개소, 교육기설 1개소, 주민 복지시설이 1개소이다.

 

임대된 폐교의 운영 실태

 

강릉시 교육청 산하 임대된 폐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마을공동시설은 대부분 그 활용도가 미미했다.

마을회관, 농산물 공동 집하장, 친환경 체험 캠프, 마을 복지시설 등으로 사용목적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대부분의 폐교들이 자리한 마을의 규모가 작게는 주민수 수십명, 많게는 150명 정도의 작은 산간.오지 마을이다 보니 마을의 규모에 비해 관리해야 할 폐교의 규모가 큰 셈이다.

게다가 자체적으로 운영에 활용할 컨텐츠가 부족해서 폐교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어지는 수익이 없고, 폐교를 관리, 활용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폐교가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이고, 또한 마을의 중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잡목이 우거지고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는 폐교는 오히려 마을의 분위기를 떨어뜨리고 풍광을 망치는 애물로 전락하고 마는 셈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임대하는 경우는 대부분 수련시설이거나 문화 예술공간, 정통 공예 공방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본래 목적에 맞게 잘 활용되는 예도 있으나 적은 임대비용을 지불하고 폐교를 선점함으로써 차후 폐교시설을 불하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의심되는 사례도 있는 실정이다.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 북동분교는 귀촌하는 영화 전문가와 협력함으로써 폐교 활용의 컨텐츠를 구축할 수 있었다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에 위치한 북동 분교의 경우,‘친환경농법 캠프 및 주민복지향상을 목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임대하여 활용하고 있다.

북동리 주민들은 폐교의 운영에 필요한 컨텐츠를 외부 전문가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찾았다.

도시에서 귀농이나 귀촌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는데 북동리 주민들은 영화계에 오래 종사한 영화 영상 전문가와 협력하여 폐교를 영화마을로 꾸몄다.

영화를 테마로 폐교를 재단장하고 인간 시대’, ‘패밀리가 떴다등의 촬영을 북동리에 유치함으로써 마을을 소개,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영화, 드라마 관련 연기 지망생이나 동아리 회원들, 관련 학과 학생들의 워크 샵이나 세미나, MT 등을 유치하고 지역 주민, 학생,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연기, 영화, 영상작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고 있다.

주기적인 영화 상영 등을 통해 시골 마을에 결핍되기 쉬운 문화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도 기대된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릉시 강동면 심곡리에 위치한 심곡분교는 주민복지시설로 임대되었으나 사람손길의 흔적이 전혀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강릉시 강동면 심곡리에 위치한 심곡분교의 경우는 대부분의 임대 폐교들이 그런 것처럼 임대목적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 하다.

주민복지시설을 목적으로 임대되었으나 임대인은 주민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입구에장애인 신문사 부설 곰두리 연수원안내판이 설치된 것으로 보아 예전에 임대하였던장애인 신문사가 재 임대하면서 명의만 대표 명의로 변경한 것으로 추측된다.

심곡분교는 현재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상태로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임대 폐교, 관리감독 철저해야

 

'폐교 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7조에 따르면 용도를 지정하여 폐교를 매각, 또는 임대한 경우,

지정기일이 경과하여도 지정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지정된 용도에 제공한 후, 지정된 기간 안에 그 용도를 폐지한 경우

'대부받은 폐교의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대부의 목적을 위반한 경우에는 해당 시도 교육감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시정을 명령하며, 시정을 명령받은 자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대부 또는 매각에 관한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한번 임대계약을 맺으면 민원 제기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관리책임이 있는 해당 교육청의 정기적인 관리감독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번 임차를 하는 경우 임차기간 동안 목적 외 용도변경이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라도 임대차 관계가 해지되는 경우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미관리 상태로 흉물처럼 방치되는 것보다 용도 외 이용이 오히려 나은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임차한 사람이 또 다른 수요자에게 재임대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소문이고 보면 교육청의 관리감독은 절실하다 하겠다.

실제로,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모씨가 현재 미활용 상태로 방치된 심곡분교를 청소년 수련시설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임차인을 찾아갔다가 현재 임대가의 7배에 달하는 재임대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임대 시 제출한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가, 건물 및 주변 환경 관리는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등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확인 감독하여 시정할 것은 시정을 요구하고, 상습적이거나 현저히 운영의 의도가 없는 것으로 판단 될 때는 과감하게 임대 계약을 해지하여 또 다른 수요자에게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폐교 활용의 본래 목적 달성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폐교활용정책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폐교재산 활용촉진법에 따르면 폐교를 임대할 수 있는 용도로 교육용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주민복지시설이나 농업생산시설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문화예술 또는 문화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사회복지 시설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기타 로 규정하고 있다. 2007년에 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서 그나마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수익을 위한 시설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한 가지를 더 추가했을 뿐이다. 이런 방침은 일견 폐교라는 성격에 비춰 타당한 듯 보이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가 문을 닫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취학할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취학 대상이 없다는 것은 주민들의 수가 적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문을 닫는 학교들은 대부분 산간벽지에 위치한 학교들이다.

주민들이 복지시설로 활용하기에도, 수익시설로 활용하기에도, 문화시설이나 수련장 등으로 활용하기에도 입지조건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큰 마음을 먹고 사회복지시설, 청소년 수련원, 문화시설, 교육시설 등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오래 지속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또한, 기간이 정해져 있는 임대시설이다보니 획기적인 시설 투자가 어렵고, 임대 규정상 영구 건축물의 증.개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원칙만을 고집하여 현실이나 환경을 도외시 한다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현실을 감안하여 보다 유연한 자세로 환경적 요인을 수용하여 정책을 시행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사회 통념상 반인륜적이거나 혐오시설만 아니라면 전향적으로 검토하여 임대, 매각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 내에서 임대활용의 적임자가 없을 경우 편의 제공을 해서라도 외부 전문가나 단체와 협약을 체결하여 시설을 활용토록 하고, 지역 인사, 주민 참여, 주민들과의 네트워크 망을 형성, 컨텐츠 제작, 시스템 활용을 습득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와 전략적으로 제휴하여 공공시설, 여행자 숙소, 생활사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