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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관련 중국 러시아 반응 왜곡하는 보도들

가람비 2010. 5. 28. 10:01

 

“진지하게” ≠ “성의 있게”
[새록새록 단상] 천안함 관련 중국 러시아 반응 왜곡하는 보도들
중국시민
 
《천안》호 침몰사건에 대한 한국의 여론몰이가 갈수록 가관이고 유치하다. 한국의 숱한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조사결과》를 전 세계가 찬성하는 듯 조작하다보니 러시아의 관원들과 전문가들이 《유력한 증거가 없다》, 《신빙성이 약하다》고 지적한 내용들이 무시당하더니, 러시아가 조사단을 보내겠다는 건 도저히 감출 수 없어서인지 보도했다. 헌데 지어 청와대 현 주인과 러시아 대통령의 25일 통화에 대해서도 두 나라의 브리핑이 다르다.
 
통화가 성사된 과정을 두고도 청와대 브리핑에는 “러시아 쪽에서 먼저 걸어왔다”고 돼 있는 반면, 러시아 대통령실 브리핑에는 “한국 쪽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표현됐다.》(《한겨레신문》 5월 26일 기사 《한-러 ‘천안함 통화’ 브리핑 제각각》, 황준범 기자)
 
기본사실까지 이런 식인데 필자는 러시아 쪽에 믿음이 간다. 《천안》호 사건이 러시아의 생존과 직결되는 큰 일이 아니고 러시아 대통령은 할 일 없어 노는 사람도 아니며 거짓말을 한 전과도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브리핑? 고개를 젓는 사람이 어찌 필자뿐이겠는가?
 
한국 언론들이 러시아의 반향을 《무시+왜곡》으로 대했다면 중국의 반향에 대해서는 《왜곡+과장》의 방식으로 일관했다. 《조선일보》의 중국 주재기자 지해범이라는 사람이 21일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줘따페이(左大培)를 비롯한 80여 명 학자들이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붕괴까지 염두에 둔 과감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20일 유토피아(우유우즈썅烏有之鄉, http://www.wyzxsx.com) 사이트에 발표했다고 보도한 것은 전형적인 왜곡이다. 솜씨도 빠르게 같은 날 《조선일보》 중국어사이트에도 올리는 바람에 곧 소식을 접한 줘따페이는 굉장히 분개하여 22일 《악의적으로 날조된 기사》라고 항의했다. 그가 법적송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을러메니 《조선일보》가 마지못해 시정했지만 그것 또한 희한하다.
 
어느 네티즌이 26일 《중국까지 요동치게 만든 <조선일보>의 창작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그 신문 26일자 2면에 실렸다는 《바로잡습니다》를 인용해주어 필자도 보다가 크게 웃었다.
 
지난 21일자 A6면 "중, 과감한 조치로 '북한의 인질'에서 벗어나라" 기사 중 '줘따페이(左大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과 허칭(河淸) 저장대 교수 등 80여명이 발표한 글'이란 부분과 관련, 이 글은 학자들이 단체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한 회원이 쓴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바로잡습니다. 기사에서 거명된 두 분께 사과드립니다.
 
오보의 이유에 대한 해석자체가 거짓말이거니와 잘못을 남의 탓으로 미는 뻔뻔함도 도를 넘는다. 인터넷에서 검색 한 번만 해봐도 줘따페이가 대표적인 좌파학자로서 백 번 죽었다 깨어도 극우파들이나 좋아할 주장을 펼 리 없음을 알 수 있건만 그런 작업도 거치지 않고 기사를 썼다면 기자 자격이 있는가?
 
과장은 20일 밤 KBS 9시 뉴스에서 처음 들었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어떻게 이례적으로 북한을 어떠어떻게 말했다는 식인데, 사실 그 신문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을 따름이었다. 《환구시보》의 특징 중 하나가 여러 나라에 있는 특파기자, 특약기자들의 보도를 모아서 큰 기사를 만드는 것이고 그런 경우에는 여러 가지 주장들을 다 전해서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배려한다. 하기에 이른바 《친조선》이나 《반조선》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제 생각을 내놓는대서 신문사의 입장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환구시보》가 중국공산당의 기관지 《인민일보》의 산하에 있기는 하지만 국제보도전문지로서 직접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중국 대륙에 자본주의 의미에서의 사영매체가 있는지 필자는 잘 모른다. 매체의 절대다수가 정부와 당의 배경을 가진 상황에서 굳이 《관영매체》를 거드는 것은 중국 정부가 한국의 《조사결과》를 지지한다는 냄새를 만들려는 수단이다. 중국 정부의 견해는 외교부 대변인의 기자회견에서 제일 빨리 알 수 있고 국가주석이나 국무원총리의 말로 제일 권위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밖의 모든 추측은 정력낭비다.
 
▲ 5월26일자 중국 <환구시보> 14면에 실린 천안함 사건 관련 기사 [자료사진= 중국시민]

26일 《환구시보》 14면에 실린 사설(위 사진)은 물론 신문사의 생각을 대표하지만, 그에 대한 한국언론들의 풀이는 《왜곡+과장》의 전형이다.
 
중국언론 "북한 반발 설득력 없다" 이례적 사설》(5월 26일 SBS)
北,천안함 의혹에 성의있게 응해야 <中관영언론>》 (5월 27일 연합뉴스, 베이징 조성대 특파원)
 
대체로 이런 식의 제목을 달아 분석(?)했는데, 《한겨레신문》의 베이징 주재 박민희 특파원이 5월 26일 쓴 《중국, 북에 천안함 의혹규명 촉구》가 그래도 크게 틀리지 않은 셈이다.
한국의 관련보도에는 문제가 참 많다.
 
첫째로 《이례적》이 아니다. 조선의 핵시험 뒤에도 조선이 중국민간의 미움을 사지 말라는 사설을 실었었다.
 
둘째로 《성의 있게》가 아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댓글을 단 아이디 《푸른 솔》님이 《사설 전체 분위기와 차이가 있네》라면서 문제를 지적하고 역문을 실었다.
 
외부의 의문에 진지하게 답변하는 것이 북한에 유리할 것
 
조선반도의(가)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천안함사건의 조사결과에 대응하여 조선에게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포하였는데 조선 또한 이에 대해 정면으로 대할 것이라고 선포하였다. 쌍방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현 국면을 진정시키는데서 조선이 천안함 사건이 북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문제가 될 것이다. 만약 조선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 사실이라면, 조선은 마땅히 잘못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른 방면에서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조선에 변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 국면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46명 한국병사들의 생명을 빼앗아간 비극이다. 국제여론은 이 사건에 대해 한국에 큰 동정을 보내고 있다. 비극의 원인은 밝혀져야 하며, 사건을 일으킨 자는 마땅히 사과를 해야 한다. 이것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조선이 한국의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자신의 연관성을 단언코 부정하고 있는데 그러면 조선의 이런 부정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현실은 한국이 제시한 증거가 미국 [일본] 등 국가의 지지를 얻고 있으면[서] 언론보도와 한국외교관계를 통해 세계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조선의 현재 형세는 매우 피동적이며 조선으로 하여금 이를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조선의 한국조사결과에 대한 반박이 한국에 대한 반발로 시작하였는데, 군사방면 이외에 더 많은 설득력 있는 내용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조선은 한국에 검찰단을 파견에 확인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거절당한 후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개방에 소극적이고 국제사회의 조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 결과로 북한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조선의 최근 몇 년간 핵문제에서 이전의 합의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 세계외교자원에서의 한계를 초래하였다. 조선은 반드시 이러한 피동적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조선의 국제적 인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조선이 실사구시의 자세로 정세를 바로 보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한다면, 혹은 간절한 자세로 한국이 대외에 공표한 사실에 대한 믿을 만한 해석을 내놓는다면, 조선이 국제정세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한일 및 서방세계의 조선에 대한 적의를 해소하는 것에 대해 조선도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해소가 조선에 유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며칠 한국의 조사결과에 대한 격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세계가 한국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의 여론조사에서 60%의 한국인이 북한에 대한 군사보복을 반대한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주류사회가 이번 사건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은 다른 해결방안의 조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선과 한국은 서로간에 이웃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60년간 조선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완충력이 있는 지역임이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급진주의자들은 이 지역에서 큰 지지를 받지 못하였으며, 담판의 결과 또한 이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오타와 틀린 대목도 적지 않지만 그런대로 볼 만 하다. 그리고 26일 발표된 이 사설은 조선 군사평론원이 25일 발표한 《역적패당이 조작한 <북 어뢰공격설>의 진상을 론한다》를 접하기 전에 쓴 것이라는 점에 주의를 돌려야 한다. 합조단의 조사보고를 조목조목 비판한 이 긴 글은 평양주재 신화사 기자 까우하우룽(高浩榮)이 제일 먼저 추려서 중국에 전했는데, 신화네트에는 26일 7시 58분에 올랐다. 그때는 26일자 《환구시보》가 독자들의 손에 들어간 다음이다. 설서 내부연락으로 신문사사람들이 25일 밤에 까우 기자의 보도를 보더라도 사설을 고쳐 써서 인쇄할 시간이 없다. 또 사설 속의 한국이 제시한 증거가 미국, 일본 등 나라의 지지를 받는다는 말인 즉, 중국이 적어도 아직은 믿지 않는다는 의미건만, 한국매체들이 아전인수에 열중하니, 두 가지 언어를 아는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나 선사할 따름이다.
 
《푸른 솔》님이 제목은 《외부의 의문에 진지하게 답변하는 것이 북한에 유리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옮기면서 한국식으로 《조선》을 《북한》이라고 바꿨을 뿐이다. 《현대한어사전(現代漢語詞典)》(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 2002년 8월 3판 288쇄)에서는 《런쩐(認真)》을 《嚴肅對待,不馬虎(엄숙하게 대하며 데면데면하지 않다)》라고 풀이한다.
 
우리 말로는 형용사와 동사로 가를 필요가 있는데, 형용사의 경우, 《중조사전》(조선외국문도서출판사 중국민족출판사 1986년 7월 1판 1쇄)에서는 《진실하다, 성실하다, 착실하다, 참답다, 진지하다》라고 풀이했고, 《엣센스 중국어사전》(민중서림 2001년 1월 2판 12쇄)에서는 《진실하다, 진지하다》고 풀이했다. 부사로 쓰일 때에는 《진지하게》가 제일 정확하다. 《환구시보》사설을 죽 읽어보면 거기에는 《성의 있게》가 풍기는 《성의 없었다》는 뉘앙스가 없다.
 
《認真》이 중국의 언어환경에서 가지는 의미를 제일 잘 표현한 말이 있다.

《世上最怕認真二字,我們共產黨人最講認真(직역: 세상에서는 <런전>이라는 두 글자가 제일 무섭다. 우리 공산당원들은 제일 <런전>을 따진다.)》
 
마오쩌둥 주석의 이 명언을 우리 말로 옮길 때 바로 《認真》을 《진지》로 옮겼다. 무슨 일이든지 대충대충 넘어가지 말고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가 《자주민보》에 발표한 글에 어느 분이 의견을 제기하거나 질문을 던지면, 새 글에서 상세한 답변을 드리곤 했는데, 이런 경우 중국어로는 바로 《認真》이라고 표현한다. 금년 5월 1일에 《오홍국》이 어느 나라냐는 뜻밖의 질문을 받고 글을 쓸 때 필자의 의식 속에 《진지함》은 있어도 《성의 있게》나 《성의 없게》는 없었다.
 
하기야 엄청 많은 《중한사전》, 《중국어사전》들이 떠도니까 어느 시시껄렁한 판본에 《認真》이 《성의 있다》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만, 중국에 상주하는 특파원들이 그런 식으로 옮기고 풀이한다면 자격미달이다. 숱한 돈과 시간, 정력을 들여 중국어를 배우고 또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 중국어사용자들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런 간단한 말의 의미를 곡해한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다. 실력문제가 아니라 의식문제라고 보고 싶다.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에게 자신이 노린 인상을 심어주면 그만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품지 않았을까 의심스럽다. 구체적으로 현재 《천안》호 사건에 들어가서는 한국의 유권자들이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어떤 표를 던지도록 유도하고, 조선사람들이 잠시나마 중국에 불만을 품게 하면 그만이라는 꿍꿍이가 아닐까?
 
《아니면 말고》, 《오보라면 사과》… 엉터리 기자와 사이비 기자들이 발뺌하는 수단은 많다. 허나 후유증은 결코 만만치 않다. 《조선일보》 지해범 기자가 쓴 소설에서 이름이 나온 학자 허칭(河清)의 친구라는 유우양(劉仰)이 우유우즈썅 사이트에 《조선반도에서 싸움이 일어날까(朝鮮半島會打起來嗎)?》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사건의 조선, 한국 쌍방은 각자 자기의 주장이 있어 국외사람은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딱 가려내기 어렵다. 허나 나 개인을 놓고 말하면 판단의 근거로 삼을 만한 일이 하나 있다(베이징에서 허칭과 두 번 만나 한국신문의 요언제조를 확인했다는 설명을 한 다음)… 한국신문의 이런 요언제조행위는 이미 나로 하여금  <천안>호 사건에 대한 한국의 다른 주장들에도 의심이 생기게 하였다.(這一事件的朝韓雙方,各自都有自己的說法,局外人未必都搞清誰真誰假。但是,從我個人來說,有一個事情倒是可以作爲判斷的依據。… 韓國報紙的這種造謠行爲,已經使得我對韓國在“天安號”事件上的其他說法產生了懷疑。)》
 
《혐한》파가 하나 늘어난 셈이다. 조선과 중국 사이에 쐐기를 박자던 노릇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 쐐기를 박는 꼴이 되었다. 전형적인 부메랑 효과다. 우리 조상들의 말씀을 빌면  《하늘에 침 뱉기》다. 사이비 언론인들이 혹시 자기 침은 더럽지 않아 괜찮다 계속 뱉겠다고 고집하면 그건 그들의 자유다.(2010년 5월 27일, [새록새록 단상] 215)
기사입력: 2010/05/28 [02:20]  최종편집: ⓒ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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