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이 불었다. 어뢰 공격이다. 믿어다오, 제발 믿어다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20) 천안함 관련 합조단의 진상 발표가 있었다.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발표를 믿어서인가. 글쎄다. 헌데 기분이 더럽다. 발표내용이 예상대로 맞아떨어졌는데 왜 이렇지. TV를 보는 데 인내가 필요했다. 너무나 엉성하다. 조사단의 기분은 안 좋겠지만 국민들에게 왜 믿어주지 않느냐고 시비를 할 수는 없다. 이럴 때 미국이 도와줘야 한다. 미군의 첨단장비가 어떤 수준인가. 사막에서 바늘을 찾아낼 수준이다. 그렇게 우수하다는 것이다. 북한 잠수정이 아무리 귀신같은 재주가 있더라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며 맹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했다 한다.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또 마사지 됐다고 논란이다. 좌우간 미국은 할 일이 있다.
한국 국민이 정부발표를 불신하는 편인데 미국이 북한의 공격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면 된다. 증거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다. 그래야 맹방을 도와주는 것이며 통화 중에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디어 마이 프렌드”라고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우정의 표시도 증명이 되는 것이 아닌가. 두고 보라. 미국이 한국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미국이 모두 밝혀 줄 것이라고 믿는다. 아차! 중요한 것을 깜박 잊을 뻔했다. 헌데 답답하고 무섭다. 오늘 합조단 발표에서 잠수정이 수중침투를 할 때 발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지. 북한이 마음 놓고 귀신도 모르게 우리 함정을 마구 공격을 해도 속수무책이라는 얘긴데 동해 서해 남해 도처에 있는 우리 군함은 어쩌란 말인가. 합조단의 장군이 잠수정 침투 발견이 어렵다는 말을 직접 했다. 보통문제가 아니다. 언제 북한의 잠수정이 침투해 어뢰공격으로 격침될지 모르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근무를 한단 말인가. 내 자식들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단 말인가. 답답하기는 조사단도 대통령도 마찬가질 것이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은 많이 알려진 이솝 우화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교훈의 원조인 이 우화는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이 꼭 기억해야 할 우화이고 특히 권력을 쥔 자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임을 알아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거짓말은 좋은 것이 아니다. 가만히 죽치고 있다가 때만 되면 나타나는 귀신이 있다. 북풍이라는 귀신이다. 고래가 북한산 위에서 죽어도 믿을 이유가 있으면 믿는다. 박종철 열사가 사망했을 때 일이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이런 건 백번을 말해도 못 믿는다. 그래서 그때 이런 말이 유행했다. “‘탁’ 치지 마. 그럼 난 ‘억’ 하고 죽을 거야.” 그 바람에 거짓말을 한 강 아무개 치안국장의 목이 날아갔다. 믿을 거짓말이란 원래 없고 믿는다면 거짓말이 아니다. 그런데 딱하게도 믿을 줄 알고 그러는지 거짓말을 한다. 아니 안 믿을 줄 뻔히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다. 무슨 배짱인가. 막가파 배짱이다. 자유당 때 부정선거 하면서 당시 국민의 신뢰를 받던 동아일보가 폭로를 하니까 자유당 정권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거짓말이 정말을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이다. 요즘의 조중동과 얼마나 비슷한가.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이다. 동아일보가 저 정도로 타락하다니. 믿고 안 믿고는 본인 마음이니까 내버려 둔다 쳐도 뻔히 안 믿을 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걸 보면 딱한 것을 넘어 불쌍하다. 4대강이 자연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는 세상이 다 안다. 외국의 예를 들어가며 거짓말을 하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인터넷 한 번만 치면 쫙 나온다. 하루만 지나면 현장에 가서 확인한다. 그런데도 거짓말이다. 밀어붙인다. 국민을 졸로 보는 것이다. 4대강 홍보를 선거 기간 중에는 하지 않는다고 떡 먹듯이 약속을 했는데 여전히 숨어서 선전이다. 들통나면 아니라고 우긴다. 아닌데 미쳤다고 사람들 불러놓고 4대강 설명을 하는가. 완전히 신뢰와는 담을 쌓고 살자고 작정을 한 모양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은 진리다. 천안함 침몰사고. 아마 기네스북에 오를 것이다. 제목은 뭐라고 달까. ‘귀신이 침몰시킨 한국의 초계함’ 이렇지 않을까. 안쓰럽다. 안보에 대한 불신은 국가존립의 문제다. 죽을 이유가 있어야 죽는다. 너 나라를 위하는 것이니까 죽어. 한다면 네! 하고 죽을 것인가. 범인은 어뢰란다. 연돌에서 화약성분이 발견됐다고 한다. 어뢰파편에서 북한의 글씨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알루미늄 파편도 있단다.
어뢰에 써진 글씨와 숫자. 좀 그렇다. 한국의 초계함을 공격하려면 얼마나 용의주도한 준비가 필요했을까. 만일을 생각해서 모든 증거는 없앴을 것이다. 북한은 글씨체를 왜 지우지 않았을까. 도둑질하러 들어가면서 명찰 달고 들어가는가. 미국제도 중국제도 일본제도 러시아제도 아니니까 뻔하지 않으냐는 정황증거란다. 그러나 연돌에 화약성분이 남아 있을 정도라면 선체 바닥은 화약 범벅이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있다. 무시하면 그만이다. 민간조사위원이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위원을 해군이 고소했다고 한다. 명예훼손이란다. 무슨 명예인지 잘 모르겠다. 법정에서 가려보면 된다. TOD 영상이 몇 분 동안 없다. 누르지 않아서 그렇단다.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때 스톱이다. 역시 귀신이 한 짓인가. 왜 생존 장병의 행동은 부자유스러운가. 이들이 범죄자라 도망이라도 갈까 두려워 그러는가. 이래서는 국민이 믿고 싶어도 못 믿는다. 국민 스스로 왜 바보가 되려고 하겠는가. 마침 선거가 코앞에 닥쳤다. 정치하는 인간들 엄청나게 써먹고 싶겠지. 이런 호재가 어디 있는가. 이것도 귀신이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하는가. 조사단이 발표하는 것을 믿지 않으면 색칠을 한다. 왜 믿지 않느냐는 것이다. 빨갛게 색칠을 한다. 많이 해 보던 솜씨 같다. 합조단 민간위원을 교체하라고 아우성이다. 한나라 당 대표인 정몽준은 유시민은 사퇴해야 한다고 거품을 문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모양이다. 정몽준이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걸 모르는가. 유시민을 도와주고 있으니 유시민 쪽에서는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김문수가 펄펄 뛸 일이다.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대통령의 결단이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이 불신하면 발표에 의미가 없다. 국정조사 해라. 우선 여야동수 조사위 구성하라. 구출된 승조원들 언론과 자유스럽게 접촉하도록 허락해라. 책임이 있는 국방부 해군 책임자는 우선 직위해제 시켜라.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조사한다니 이거 맹랑하지 않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용기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콰이강의 다리’라는 명화가 있다. 일본군 대좌가 포로수용소장으로 나온다. 일본이 패배하자 그는 자결한다. 사실 그가 패전의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자결한다. 문득 천안함과 숨진 병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억지로 국민에게 믿으라고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믿는다고 입으로는 말할 수 있다. 진심이 문제다. 갈릴레오는 종교재판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부인했다. 인정하면 사형이다. 그러나 재판정을 나오면서 그는 한 마디를 남겼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북한의 어뢰로 천안함이 피격 침몰됐다면 천안함은 동네 방범초소만도 못하다. 땅을 칠 노릇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군대 면제받은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해군총장 함대사령관 등은 모두 인양된 천안함 앞에 거적 깔고 사죄해야 한다. 기자들 질문 겨우 그 정도인가. 믿는가. 뭘 알고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는가. 뻔하다. 언론은 앵무새처럼 합동조사단 발표를 반복할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면역이 됐다. 물려버린 메뉴다. 국민은 군을 사랑한다. 모두가 내 자식들이다. 내 자식들이 청춘을 바치는 신성한 곳이다. 믿을 것이면 믿고 목숨도 바친다. 오늘 천안함 합동조사단 발표를 끝이라고 생각지 마라. 북한이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단다. 받아들여야 한다. 참 별난 세상에서 산다.
2010년 5월 2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