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1주기...
슬픔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울 수 있다는걸 알게된 날입니다.
슬픔과는 확연히 다른 그 어떤 느낌이, 깊은 산사 동종울림처럼 가슴에서 시작되어 전신으로 우릿하게 퍼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눈물인줄도 모르는 눈물이 비집고 새어 나왔습니다.
명치끝이 아릿하던 통증...
격하지 않으나 쉼없고 거셌던 그 감정을 가슴에 담고 산지 어느덧 1년...
시간은 그렇게 빠른 모양입니다.
슬픔은, 아픔은 남겨진자의 몫이라 하지만
산자들은 그렇게 화석처럼 굳어가는 마음을 달래고 풀며 허둥허둥 다시 세상을 살아냈습니다.
비가 억세게 내립니다.
광화문 앞에서
세종로 이순신 동상 앞에서
코리아나 호텔 정문 앞에서...
그리고 대한문 앞에서
흘러넘치는 울분과 눈물을 소줏잔에 채워 털어붓던 그 일주일이 끝나던 날
모두 털고 동해안 작은 바닷가로 내려왔습니다.
벌써 1년입니다.
그리고 그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기까지
나는 부엉이바위를 아직 가 보지 못했습니다.
갈 수 없었던지도 모릅니다.
눈물을 눈물이라 말하지 않고
아픔을 아픔이라 말하지 않고
상실을 상실이라 이름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 깔아놓으시고자 했던 뜻을 어렴풋이나마 헤아리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겪어내면 또 다시 시간 흐름이 시작되고
시간 흐름속에 바윗가 이끼돋듯
가셨을때 느꼈던 우릿한 감정처럼
그렇게 격하지는 않으나 거세고 끊임없는
또 다른 도도한 흐름이 시작될 것을 믿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다 하셨으니까요...
씨앗은 흙속에 묻혀 있는한 싹 트기 마련이고
그 새벽 던지신 그것이 씨앗임을 알고 있으니까요.
채 연소하지 못한 꿈 있으시거든
그곳에서 우리 함께 손잡고 온기로 피우는 힘찬 작업 다시 시작하십시요.
경계가 없는데 마음이야 통하지 않겠는지요...
변함없이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