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세상이야기

토끼가 준 선물.

가람비 2009. 9. 30. 22:04

 

앞집 아저씨가

요즘 동네 방앗간에 비정규직으로 취직(?)을 하셔서 새벽부터 새벽까지 아주 바쁘시다.

아침 5시경에 일어나서 잠깐 가을걷이 하시고 8시 정도 출근했다가

일꺼리가 많으면 새벽 한두시는 되어야 퇴근을 하시는 모양이다.

 

이사온 이래

틈나는대로 배추니 호박이니 토란이니...

간혹 망치(물고기 이름이란다), 게 등을 등뒤에 숨겨와 슬며시 놓고 가기도 하시고

배추 모종을 갖다줘 심게 하신후 새벽 자기 밭에 농약을 치거나 비료를 뿌릴때 함께 뿌려 주시기도 하는 분이다.

 

아침저녁으로 울 집엘 드나드셨는데

방앗간엘 다니시면서부터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

 

어제 저녁무렵

대박이가 상당히 전투적으로 짖길래

밖을 내다보니 아주머니께서 비료푸대와 낫을 들고 아주 난처한 표정으로 서 계셨다.

사연을 여쭤보니 토끼 먹을게 없어 고구마줄기라도 베어다 주려고 왔는데 그만 고구마를 다 캐버린 거였다.

아마 아저씨가 챙기지 못하니 당장 그집 토깽이들 생계가 궁핍해진 모양...

 

오늘 오후에 신세도 갚을겸

낫을 들고 칡덩쿨을 뜯으러 나섰다

집에서 6킬로 정도 떨어진 마을 저수지가에서

토끼에게 2~3일 정도 먹일만한 칡덩쿨을 뜯어 돌아오던 중

저수지 바로 아래 폐분교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길래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무작정 들어 갔는데

웬 남정네 한분이 [저건 웬놈이야?]하는듯한 표정으로 쳐다 보신다.

 

 

폐분교를 빌려 [영화]를 테마로 한 휴양시설을 꾸미고 있는 전직 영화인이었다.

잠깐 둘러보고 오려고 했던게 그만 느낌이 서로 통해 이야기가 길어지고 말았다.

지난 5월초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 폐교 하나만 바라보고 무작정 내려와

이제 겨우 실내정리를 끝내고 외부 단장을 시작하는 중이라고 한다.

마침 동네도 농촌체험마을이라 서로 연계하여 휴양시설을 만드는 중이라고...

 

폐교 뒤쪽으로 2000~3000평 정도 임야도 있고 그 임야에 밤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어

구상만 잘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 훌륭한 테마마을이 조성될 수 있을것 같아 보였다.

나이는 나보다 6년 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한잔 얻어먹고

다음에 막걸리를 두어통 사들고 다시 방문하리라 생각하며 돌아왔다.

 

가능하다면

폐교 뒤 임야에 삼이나 산마늘, 곰취등을 심어 공존하는 방법을 의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중에

의외로 그분과 같은 생각으로 이주해 내려온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산과 바다, 계곡등을 서로 연계한 재미있는 일꺼리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토끼의 식사 걱정을 덜어주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의 보답으로는 참 커다란 선물을 받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