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방/숨어있기 좋은 방
길, 혹은 길 아닌 곳에서...
가람비
2008. 1. 29. 13:22
길을 안다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길을 알기 위해서는 파랗게 날 선 신경이 필요하다.
날이 선 신경에 안개처럼 자욱한 호기심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안개속에 모든 감각을 하나로 합쳐 마음속 한점을 응시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날 선 신경으로 한 점을 응시하고 선 하나를 그리며 나아가야 한다.
잘라도 잘려지지 않는 안개는
간혹 의미없이 휘둘려지는 날 선 신경에 의해 좌우로 밀려 다니고
안개가 밀려난 자리마다 일직선으로 죽 뻗은 길 아닌 길들이 나타난다.
나타나선 사라지고 마음에 그려놓은 한 점마저 사라진다.
길에 묻혀 나아갈때는 길인 줄 모른다.
길은 늘 그곳에 있지만
또한 길은 길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그것이 길인지 길이 아닌지 알기 어렵다.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누구나 말한다.
길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고 누구나 말한다.
그러나
길 위에서,
또는 길 아닌 곳에서
멈춰야 하는 시기를 아는 일은,
날아 올라야 하는 시기를 정확히 아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내가 있는 지금 이 안개속은 길 인가?
2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