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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올 들어 처음..눈같은 눈...

가람비 2008. 1. 17. 15:46

어제 내린눈이 밤 늦도록 소담스러웠지.
올해 들어 눈다운 눈을 처음 보는거라 강아지처럼 뛰어나가 뒹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러야 했지.
뼈대있는 가문의 자손은 조신해야 한다고 배웠거든.

처음엔 내리면서 녹고, 또 녹으면서 내리던 눈이 점점 쌓여 가기 시작하더군.
물길이 나 있던 곳으론 잘록한 작은 계곡이 생겨 평지에서도 눈은 산과 계곡과 가끔은 아름다운 꽃을 가진 나무도 만들어 냈어
목화 송이처럼 포근한 느낌 들게 굵어지기도 하고 쌀가루처럼 가늘어 지기도 하면서
밤새 내리던 눈은 아마 꿈길까지 죽 따라 왔었던 모양...

아침에 눈 떠서 내다보는 세상은 정말 아름다웠어.
올해 1월초에 양구에서 모임 가진적이 있었는데
그날 밤새 눈이 내려 작은 사고도 있었지만 아침, 가깝고 먼 산, 나무와 풀과 들과 길이
온통 눈꽃으로 피어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정도로 바라 봤었는데
오늘 아침 문산의 아침 풍경이 그때만큼 아름다웠어.

차가 눈속에 파 묻혔더군
어제 저녁에 주차하면서 아침에 눈 떼어내기 편하라고 앞 유리에 신문지를 덮어 놨는데
이게 얼어서 일이 고약하게 돼 있었어.
게다가 눈 녹은 물이 문 틈으로 흘러들어 양쪽 앞문이 모두 얼어버려
꽤 오랜 시간 문을 열기 위해 고생해야 했지.
솔직히 이야기하면 짜증도 얼마간은 났었어
그런데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면서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은 아침에 구겨진 기분을
다림질하듯 반듯하게 펴 주고도 남았지.

어제 눈은 내리는 모양도 예뻤고, 내리고 난 뒤의 경치도 정말 한폭의 동양화 였어.
이번 느낌도 올해 1월 양구에서의 느낌처럼 참 오래 갈거 같애...

연말쯤, 아니면 연초쯤에
마음 다소 여유로울때 다시 한번 봤으면 좋겠어..어제 같은 눈...
물론 옆에 편하고 좋은 사람들 함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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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출처 : 아미산 머루 다래 스무다섯 알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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