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방/숨어있기 좋은 방

[스크랩] 오늘밤은 가을이다.

가람비 2008. 1. 17. 15:26

올려다 본 밤 하늘은
오늘따라 유난히 높아 보였다.
하늘은 늘 거기에
그 거리에 있는 거지만
공기가 가벼워져
공기가 깨끗해져
하늘 높아 보이는 것 만큼
찬란하게 별도 많았다.
세월의 두께 마냥
힘겹게 먼지를 뽀얗게 쓰고 있는 플라타너스 잎은
아직 가을 단장 할줄 모르는데
언뜻 가을은 그렇게 곁에 와 있나보다.

여름 더위를 힘겹게 이겨낸 만큼
단풍은 예쁜 옷을 갈아 입는다 하는데
게으름도 아니면서 준비 안된 마음으로 가을을 맞는
나뭇잎 만큼이나 이 가을은
내게도 당혹 스럽기만 하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들길 따라
성미 급한 가을이 높은 하늘 먼저 보내오고
아직은 먼,
길 저쪽 끝에서
가슴에 닿을듯 가쁜 유난히 눅눅했던 여름 숨소리와
지금쯤은 하늘 어느 모서리에서 출발 했을지 모를 크리스마스 눈송이 사이로
지금 주인공이어야 할 가을의 입김이 교차하고 있는가 보다.

서늘함을
허허로움을
그리고 그리움을
색색의 코스모스에 담아 피워낸
하늘이다..
별빛 유난히 맑은 오늘 밤은...


출처 : 아미산 머루 다래 스무다섯 알갱이.
글쓴이 : 가람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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